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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이야기 #08] 오후타임 알바생, 말없이 그만둬서 미안해요.DOING/Daily Reflection 2015. 3. 30. 12:56
처음 알바를 시작할때 나와 같이 교육받았던 누나가 있었어. 오후타임 알바생이었지.
"써보면 안다." 라는 사장님 답게 얼굴마담이 되는 이쁜분은 아니었어. 나보다 나이도 3살 많았고.
서로 평일오전과 평일야간 알바다보니까 업무교대에 시간을 할양 해야했어. 사장님 마인드부터가 "시간칼같이 지키는 사람 싫어한다." 였거든. 20분 정도 일찍 와서 교대자와 담배재고를 세고, 문상 재고, 시재점검을 마치면 오차가 난 품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매장의 전달사항을 전달하고 별것 아니지만 의무적으로 같이 있어야 했단 말야?
손님과 점원은 친해지더라도 어쩔수 없이 갑과 을의 관계에 놓일수밖에 없어. 사람대 사람으로 이야기를 나눌 상대는 같은 알바생 뿐이니까. 반가운거지.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나눴었어. 사적인 대화로 여자와 이야기 해보는게 처음이었을걸? 나를 동생으로 보고 있어서 그런건지 털털하더라. 대화에 미숙한 내가 할 말이 뭐가 있겠어. 별로 알필요 없는, 어디살아요? 부터 "대학생이에요?" 라는 시덥지 않은 질문만 날렸지. 다 답변해줬어. 서로를 알아가듯;; 뭐야... 1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친해져서 때론 사장 욕도 하고, 진상 손님들 이야기를 하며 웃곤 했지. 그냥 직장동료처럼말야.
일이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 라고 하면 "에이 누나가 그만두면 제가 무슨낙으로 근무해요. 킬킬킬"
그러면서 웃곤 했는데... 어느날...
"오늘부터 마북점은 그만 오고 동천동에 GS25 있어, 거기서 근무해." 라며 통보가 오더라.
어떻게해... 사장이 까라면 까야지... 업무가 미숙하니 일이 많은 마북점에서 한가한동네로 빼주는 거라는데... 알바생이 "싫어요 저 마북점에서 일할래요." 할수 있겠어? 그땐 그런 깡도 없었고, 하하. 오후타임엔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거든. 근무시간 외에는 만날 수가 없었는데 근무지도 바뀌었으니... 결국 다시는 그 누나를 볼 수가 없었어. 돌연 내가 나쁜놈이 되어버린거지.
"누나가 있는 이상 그만두지 않는다." 같은 말까지 했는데... 딱 그만둬 버려. 이 얼마나 나쁜놈이야. 칼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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